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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척하고 넘겼던 단어가 열 개가 됐다, 태아보험다이렉트 보다가 질문 노트를 만들었다

작성자
박주민
작성일
2026-09-10 17:19
조회
5

처음에는 그냥 화면을 읽으면 이해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태아보험다이렉트를 알아보면서 설명을 하나씩 보고 있었는데 낯선 표현이 나와도 대충 문맥으로 넘겼다.

한두 개 정도는 괜찮았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다.

첫 번째 모르는 단어.

검색.

다시 원래 화면으로 돌아감.

두 번째 모르는 단어.

또 검색.

세 번째.

이번에는 검색한 설명 안에서 또 모르는 표현이 나왔다.

어느 순간 내가 태아보험다이렉트를 알아보는 건지 보험용어 사전을 읽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지나가다가 노트북을 봤다.

“아까부터 똑같은 화면 아니야?”

“보고 있긴 한데 계속 다른 걸 검색하게 돼.”

남편이 의자를 끌고 와 옆에 앉았다.

내가 화면에 있는 표현 하나를 가리켰다.

“이거 무슨 뜻인지 알아?”

잠깐 읽더니 말했다.

“대충 알 것 같은데.”

“설명해봐.”

5초 정도 조용했다.

“정확하게는 모르겠네.”

그 대답이 조금 웃겼다.

나도 계속 그런 상태였다.

보면 아는 말 같은데 누군가에게 설명하라고 하면 정확히 말하지 못하는 것.

그래서 그날 태아보험다이렉트 화면을 더 보는 대신 메모장을 하나 열었다.

제목부터 정했다.

모르는 것만 적기

처음에는 세 줄이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다시 화면을 처음부터 읽으면서 애매한 부분마다 멈추니 금방 열 줄 가까이 됐다.

중요한 건 답을 바로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모르는 표현 옆에는 그냥 물음표만 붙였다.

이건 정확히 무슨 뜻?

둘이 어떻게 다른가?

우리한테 확인할 부분이 뭔가?

그 정도였다.

남편이 메모를 보더니 말했다.

“시험공부 같네.”

실제로 조금 그랬다.

하지만 예전처럼 이해한 척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특히 태아보험다이렉트처럼 내가 직접 내용을 확인하다 보면 아는 것과 아는 것 같은 것을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날에는 방식을 하나 더 바꿨다.

설명을 읽고 이해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내가 직접 한 문장으로 다시 써봤다.

문장이 바로 나오면 넘어갔다.

문장을 만들기 어렵다면 질문 목록으로 이동시켰다.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다.

화면을 그냥 읽을 때는 전부 이해한 것 같았는데 내 말로 바꾸려고 하면 막히는 부분이 확실하게 보였다.

남편에게도 하나씩 읽어줬다.

내 설명을 듣고 남편이 바로 이해하면 통과.

둘 다 고개를 갸웃하면 다시 질문 목록.

그날은 태아보험다이렉트를 비교하는 시간보다 둘이 서로 “이게 무슨 뜻인 것 같아?”라고 묻는 시간이 더 길었다.

중간에 남편이 자신 있게 하나를 설명했다.

나는 그럴듯해서 그대로 적으려고 했다.

그런데 조금 뒤 다시 확인해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의미와 미묘하게 달랐다.

둘 다 동시에 메모를 지웠다.

그때부터 새로운 규칙이 생겼다.

둘 다 아는 척 금지.

모르면 모른다고 표시하기.

확실하지 않으면 확인하기.

그걸로 끝이었다.

며칠 뒤 태아보험다이렉트를 다시 열었을 때는 이전과 느낌이 달랐다.

화면에 모르는 표현이 나타나도 예전처럼 괜히 불안하지 않았다.

이미 질문 노트에 넣을 자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저녁 질문 목록을 세어봤다.

처음에는 열 개 가까이 됐는데 확인하면서 하나씩 지우다 보니 네 개만 남아 있었다.

남편이 말했다.

“많이 줄었네.”

나는 오히려 네 개가 남아 있는 게 마음에 들었다.

예전이었다면 네 개도 그냥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지금 태아보험다이렉트 관련 폴더에는 비교 화면 캡처보다 먼저 보이는 메모 하나가 있다.

이름도 아직 모르는 것만 적기 그대로다.

조금 촌스럽지만 바꾸지 않았다.

보험을 전부 외울 생각은 없다.

다만 태아보험다이렉트를 보면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이해한 척 결정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어제도 새로운 표현 하나가 나왔다.

예전 같았으면 그냥 지나갔을 텐데 이번에는 바로 메모장을 열었다.

그리고 열한 번째 줄에 물음표 하나를 추가했다.

이제는 모르는 단어가 생겨도 별로 당황하지 않는다.

적어둘 곳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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